실사용 근거(RWE)와 규제과학: 데이터가 바꾸는 의약품 규제의 미래
- epi202509
- 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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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3월 31일
임상시험만으로 충분할까?
신약이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평균 10년 이상의 개발 기간과 수천억 원의 비용이 소요됩니다. 이 과정의 핵심은 무작위배정 임상시험(RCT)입니다. RCT는 약물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가장 엄격한 방법이지만, 현실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임상시험은 엄격한 선정·제외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실제 임상 현장의 환자 구성과 차이가 있습니다. 고령자, 다제병용 환자, 희귀질환 환자, 소아, 임산부 등은 대부분 임상시험에서 제외됩니다. 또한 수백~ 수천 명 규모의 참여자와 수개월~수년의 추적 기간으로는 드물게 발생하는 부작용이나 장기적인 안전성 문제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실사용 데이터(Real-World Data, RWD)와 실사용 근거(Real-World Evidence, RW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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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WD와 RWE, 무엇이 다른가?
실사용 데이터(RWD)는 임상시험이 아닌 일상적인 의료 환경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의미합니다. 건강보험 청구 데이터, 전자의무기록 (EMR), 환자 등록 데이터, 자발적 부작용 보고 데이터 등이 모두 RWD에 해당합니다.
실사용 근거(RWE)는 이러한 RWD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도출한 약물의 효과, 안전성, 사용 패턴에 대한 과학적 근거입니다. 즉, RWD는 원재료이고 RWE는 그로부터 만들어진 결과물인 셈입니다. 중요한 점은 RWD를 단순히 집계하는 것이 RWE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적절한 연구 설계, 비뚤림 보정, 인과추론 방법론이 적용되어야 비로소 신뢰할 수 있는 RWE가 됩니다. Target Trial Emulation, Active Comparator New User Design 등 최신 약물역학 방법론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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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과학이란?
규제과학(Regulatory Science)은 의약품, 식품, 의료기기 등의 안전성, 유효성, 품질을 평가하기 위한 새로운 도구, 기준, 방법론을 개발하는 학문 분야입니다. 쉽게 말해, "좋은 약을 더 빠르고 안전하게 환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과학"입니다. 규제과학이 중요해진 배경에는 의약품 개발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가 있습니다.
면역항암제, 유전자치료제, 세포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의 등장, AI 기반 신약 개발, 동물대체시험법(NAMs)의 도입 등 기존의 규제 체계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혁신 기술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규제를 설계하고, 평가하고, 국제적으로 조화시킬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양성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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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WE는 규제에서 어떻게 활용되는가?
RWE의 규제 활용은 이미 글로벌 트렌드입니다. 미국 FDA는 2016년 21st Century Cures Act를 통해 RWE를 의약품 허가 및 적응증 확대의 근거로 공식 인정했습니다. Sentinel System을 운영하여 시판 후 약물 안전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FDA Advancing RWE Program을 통해 RWE 활용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유럽 EMA는 DARWIN EU 프로젝트를 통해 유럽 전역의 실사용 데이터를 규제 의사결정에 통합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일본 PMDA도 MID-NET을 고도화하여 RWD 기반 심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RWE의 규제 활용이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주로 시판 후 안전관리(PMS/재심사) 등 방어적 수단에 국한되어 있으며, 신약 허가나 급여 등재를 위한 능동적 근거로서의 활용 사례는 미흡한 실정입니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RWE 활용 가이드라인 개발이 추진되고 있으며, 글로벌 규제조화(ICH)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RWE 기반 규제 의사결정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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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RWE와 규제과학인가?
바이오헬스 산업은 국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한국의 규제 역량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국내 식약처의 신약 허가심사 기간은 약 420일로 미국 FDA(356일), 일본 PMDA(290일)에 비해 긴 편이며, 심사 인력도 FDA 대비 1/25 수준에 불과합니다. 향후 5년간 바이오헬스 산업의 석·박사급 인력 부족이 약 2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RWE와 첨단 규제과학 역량을 갖춘 전문 인력 양성은 단순한 학술적 과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문제입니다.
약물역학적 방법론으로 신뢰할 수 있는 RWE를 생성하고, 이를 규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인재 — 이것이 지금 규제과학이 필요로 하는 역량입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약물역학, 그리고 규제과학의 교차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고 싶은 분들의 관심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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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E Lab | College of Pharmacy, Ewha Womans University
Email: [dwyoon@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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